안녕하세요, 서른 두 살 직장인입니다. 저에겐 중학교 때부터 만난 친구가 있습니다. 올해로 알고 지낸 지가 벌써 17년쯤 되어가네요. 이 친구가 중학교 시절부터 이미 습관적인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저, 혹은 같이 다니는 무리가 모르는 정보에 대해서 아는 척을 제법 했습니다. 당시에는 그 말이 틀린 것 같아도 지금처럼 그 자리에서 핸드폰으로 검색해볼 수 있는 여건이 안 됐기에 찝찝해도 "그렇구나."하고 지나가기 쉽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17년 째 이어져온 그 행태에 이제는 조금 지쳤습니다. 이제는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는 쉽게 들통날 것을 아는지 '제3자는 진실에 대해 알 수 없는 영역'을 가지고 거짓말을 합니다. 오늘 들은 얘기를 예를 들어보자면, 본인이 요식업 매장에서 근무 중 배달 기사를 호출했는데 기사가 콜을 받아놓고 잠을 자서 배달이 한 시간 지연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배달대행 고객센터와 연락을 했는데 거기 상담사도 열이 받았는지 배달기사를 비하하는 단어로 칭했다고 합니다.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시나요? 예전엔 아는 척만 좀 하는 데에 그쳤다면, 요즘 들어서는 이런 식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을 덧붙여서 저희 친구 무리에게 얘기하는 경우가 굉장히 잦습니다. 또는 다같이 대화하고 있는 중에 무리하게 목소리를 높이거나 중간에 말을 잘라먹고 끼어드는 경우도 많구요. 근데 웃긴 건 저희 친구 무리(5명 남짓) 사이에서만 그런다는 겁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나 윗사람에겐 과할 정도로 굽신거리고, 대화에 끼어든다거나 거짓말하는 행위를 일절하지 않습니다. 이제 저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은 이런 모습에 질려버려서 이제 이 친구가 무슨 얘기를 해도 무시를 하거나, "어어.."하고 무성의하게 대답해버리곤 합니다. 방금 한 그 말도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가 없는데, 그걸 따지고 들면 맞다고 목소리를 높일 거니까요.(저희에겐 직접 목격하지 않은 그 상황에 대한 증거가 없으니까요!)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무리라서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데 점점 이 친구를 외면하는 쪽으로 다들 자세를 바꾸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 친구의 오래된 버릇을 고치기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글쓴님, 안녕하세요.
오래된 친구와의 관계에서 지치고 답답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한때는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거짓말이나 말버릇도 계속되면 불편한 감정으로 다가올 수 있지요. 그러면서도 17년 된 친구라 쉽게 끊고 싶지 않다는 글쓴님의 마음에서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구라도 글쓴님과 같은 상황이라면 지칠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가까운 친구일수록 말이나 행동이 더 크게 상처가 되기도 하지요. 글쓴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니 친구가 다소 허풍이 지나친 것 같습니다.
심리적으로 볼 때, 친구분은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과장하거나, 불안을 감추려는 방식으로 거짓말이나 말 끊기를 습관처럼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습관은 의도적이라기보다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친구분도 이와 같은 행동이 상대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글쓴님께서 간단히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은, 무조건 참기보다 불편한 점을 ‘나 전달법’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네가 중간에 내 말을 끊을 때 나는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이 느껴져. 그럴때면 속상한 마음이 들어.”처럼 말하는 것이지요. 이런 전달로 친구분이 작은 변화라도 보이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친구분의 습관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쓴님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친구분이 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거리를 두거나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글쓴님을 보호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인연을 끊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관계로 인해 글쓴님의 마음이 계속 상처받고 지쳐간다면 그것은 더 이상 건강한 관계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글쓴님이 이렇게 고민을 나눈 것 자체가 스스로와 소중한 친구들을 함께 지키려는 시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와 관계없이, 글쓴님의 마음이 보다 더 편안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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