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교회생활에 회의감 드네요

데따큰나무

2025.07.24.

109
0
0

어떤 자매님이 제가 걱정이 되고, 반찬도 챙겨다 주신다면서 사전에 방문해도 되냐는 양해없이 들이닥치듯이 저희 집에 찾아오셨었어요. 방문 전에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방문 당시 저는 속상한 일이 있어서 술마시고 잠든 상태였구요. 제가 잠든 사이 집 문을 한동안 두드렸던 모양이예요. 계속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자, 그 자매님은 반지하였던 저희 집 창문을 열고는 싸가지고 왔던 음식이 든 비닐봉지를 제 방안으로 던졌고, 저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을 깨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어리둥절하는 사이 그 자매님과 함께 오셨던 자매님 두분이 "안일어나보네, 그만 가~ "하고는 바로 돌아가셨어요. 두분이 방문했다가 계속 전화해보고, 문 두드려보고 해도 제가 일어나지 않는 것 같자 가지고 온 음식을 방안에 던지고 곧장 가버린 것이었죠.
잠에서 깬 저는 으깨진 음식을 보면서 말할 수 없는 수치감과 모욕감에 치를 떨었어요. 도대체 이게 무슨 짓들인지!
그리고 제가 이같은 속내를 이야기하면서 그러한 방식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니
"당신이 너무 예민하다. 음식을 싸가지고 간 그 마음을 그렇게 헤아리지 못하냐"고 되려 제가 예민하고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네요
너무너무 헷갈려서 문의 드려요
제가 어그러지고 예민한걸까요, 저분들이 자신들의 선한 의도만 내세운 채 안하무인, 예의없이 행동한 것인가요?
답변 꼭 부탁드려요. 정말 헷갈려요

목록보기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글로 적어주신 일 때문에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우셨겠어요.
자매님들이 나에게 보인 행동과 태도로 인해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낄 만큼, 기분이 많이 상하고 당혹스러우셨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사람들에게 찾아가 이 일에 대해서 내가 느낀 점을 얘기를 하셨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 사람들의 대답은 아마도 내가 기대하던 것과는 다른 반응이었나 보군요.

"나는 좋은 의도인 것이고 너가 문제이다"는 맥락의 이야기를 듣게 되시면서,
혼란스럽고 기분이 상한 마음은 해결이 되거나 내 안에 받아들여지는 대신 더욱 반감을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그 사람들과의 관계만이 아닌
글의 제목에 적어주신 것처럼 '교회생활'에 대한 회의감으로까지 이어지신 것으로 보아,
이 일이 큰 영향을 주었고 아직도 이로 인해 힘든 마음들이 이어지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사람들 혹은 다른 누군가가 나의 성격이나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하는 것도 의미는 있겠으나,
우선은 내가 이 일로 인해 놀라고 당황스럽고 수치스러움을 느낄 만큼 존중받지 못한 경험을 했다는 것 자체는 인정하고 알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나의 이런 마음을 충분히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고 계신가요?
글을 읽으며, 저는 그 당시에 정말 많이 놀라고 누군가가 지금 일어나는 일에 대해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거나 나의 입장에서 편이 되어주었으면 하고 느꼈을 것 같아요.
그 상황을 직접 겪으셨다면 더더욱 강렬한 마음들이 들지 않았을까 예상이 됩니다.

누군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전에,
내가 그런 감정을 느꼈다는 것 자체는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사실일 거에요.
좀 더 나아가, 내가 왜 그런 마음을 느꼈는지도 한 번 나를 돌봐주는 마음으로 관심을 주고 물어봐줘도 좋을 것 같아요.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셨다고 했는데, 그 아래에는 나의 어떠한 바램이나 소망이 좌절된 것 같으신가요?
위에 말씀드린 대로, 존중받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나를 보호하고 지키는 집의 안전이 위협당한다는 두려움 때문일 수도,
혹은 그 외의 내 욕구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떠한 바람이든, 그 부분이 나에게 참으로 중요하겠구나 싶어요.
자매님들은 아마도, 나의 당혹스러움 이면의 이런 깊은 부분까지는 알지 못할 듯 싶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알아줄 수 있고 또 이해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과정을 좀 더 풀어내고 이 일로 인해 상한 마음을 더 잘 들여다보기 원한다면,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이와 관련된 얘기를 나눠보세요.
때로는 내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함으로써, 기존에 간과했던 부분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믿을 만한 사람과 얘기를 나눌 때의 목적은, 나 혹은 그 사람들에 대한 평가나 판단을 듣는 것이 아닌,
그때 당시와 지금의 내 감정과 좌절된 바램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최근에 겪은 정말 황당한 일로 마음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데따큰나무님,
이 시간이 오히려 나를 더 보듬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래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