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아직 어린데도 너무 힘들어요

한선유

202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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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직 나이가 어려요. 근데 자꾸만 주변인들, 가족들의 행동에 지치고 너무 아파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자살 시도나 자해나 그런 걸 하려 들고, 하지 않으려고 참아도 너무 불안하고 초조해서 미칠 거 같아요. 자꾸만 하지 말라는 다리 떨기도 하고요 손톱이나 살점도 엄청 물어뜯어요... 손톱은 너무 물어뜯어서 피가 나올 때도 많고요. 다리를 너무 떨어서 이제는 멈추면 불안한 기분까지 들어요. 다들 사춘기는 당연하게 오는 건데, 사춘기 때 너무 많은 욕을 들어 남들처럼 쌓일 때마다 털어놓지도 못 하고요. 자신감도 바닥을 치고 있어요. 뭐든 안 될 거 같고, 뭐든 내 탓 같고 너무 힘들어요. 심지어 털어놓을 곳도, 기댈 곳도 아무것도 없어요. 위로에 말 같은 거라도... 받고 싶어요. 부모님께 이런 얘기를 털어놓으면 편하게 살고 있으면서 뭘 그러냐. 정신이 썩었다 하셔요. 심리상담도 2년을 받았는데도 부모님이 말을 세게 하시니까 나아지는 것도, 뭔가 풀어지는 것도 없어요. 제가 예민한 거다 생각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정신병자다, ㅁㅊ년이다, 더러운년이다. 등등 정말 많이하세요. 10살? 9살? 때부터 다 컸다면서 집안일을 시키셨고, 윗 어른이 아무리 잘 못해도 대꾸하면 안된다라 하셨습니다. 이젠 제가 정말 예민한 건가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너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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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한선유 님, 안녕하세요.
얼마나 힘든 마음을 품고 여기까지 용기를 내어 글을 써내려갔는지,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그 누구보다도 위로가 필요하고, 보호받아야 할 시기에 외롭고 아픈 마음으로 버텨내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누군가에게 상처받았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예민하다”, “그 정도는 별일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이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되곤 하죠.
하지만 한선유 님이 느끼는 불안, 초조함, 무가치함은 결코 가볍지 않아요.
그리고 그건 단지 '사춘기라서', '예민해서' 생긴 게 아니에요.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혼자 참아왔고, 위로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오는 거예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오히려 나를 무너뜨릴 때, 그 상처는 더 깊습니다.
부모님께서 하신 말과 태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어요.
누구도, 어떤 이유로도 당신에게 “정신이 썩었다”, “더럽다” 같은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건 한선유 님의 잘못이 아니라, 감정을 건강하게 다뤄주지 못한 어른의 책임이에요.

지금의 한선유 님은 분명히 도움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이미 상담을 2년이나 받았다는 말에서, 얼마나 애쓰며 회복하려고 했는지도 느껴졌어요.
그런데도 회복이 어렵다면, 가족이 지속적으로 상처 주는 환경이 원인이 될 수도 있어요.
가능하다면 학교 상담 선생님이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같은 곳에 연락해, 가정 안에서의 정서적 학대와 어려움에 대해 도움을 요청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 1388 상담전화(24시간 운영), 또는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도 한선유 님의 편이 되어줄 수 있어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말 하나.
한선유 님은 잘못된 게 아니에요.
힘들었을텐데 잘 견뎌준 것도 고맙고, 지금 이렇게 말로 꺼낼 수 있었던 것도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이에요.
상처받은 사람에게 필요한 건 판단이 아니라 돌봄이고, 따뜻한 말이에요.
한선유 님은 그런 따뜻함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사람입니다.

조금만 더, 이 고비를 혼자 넘으려 하지 말고
도와줄 수 있는 어른, 기관, 상담자에게 손을 내밀어 주세요.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우리 한선유 님을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은 어른들도 반드시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이 아픔의 끝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어요.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에요.
지금도 충분히 잘 해내고 있어요.
당신의 마음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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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이 될 수 있는 연락처
1) 청소년상담전화 1388 (24시간, 무료)
2)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지역별 센터 이용 가능 (1388에서 연결해줍니다)
3)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 위기 시 상담 및 병원 연계)

지금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 중이니, 절대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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